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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ntralized Synchronization

2025-05
콘크리트, 목재, 스테퍼 모터, 라즈베리파이, 마이크
열린 공간에 배치된 3개의 운동-소리 오브젝트

이 프로젝트는 동일한 구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3개의 개체로 이루어져 있다. 개체들은 간단한 캠 매커니즘을 기반으로 목재 스톰퍼를 들어올려 나무 판자 위에 떨어뜨리는 움직임을 반복한다. 이들 각각은 몸체 상부에 설치된 일렉트렛 마이크를 통해 이웃하는 개체의 소리를 감지하여 자신의 템포를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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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프로젝트는 디지털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중 하나인 타이밍동기화에 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한다. 나는 엄밀한 단위에 기반한 연산의 누적과 이를 통한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하는 디지털 시스템에서, 그러다면 타이밍과 동기화는 얼마나 중요한걸까? 라는 막연한 물음을 갖고 있었고, 이것이 이 프로젝트의 초기 화두다. 막연한 물음에 대한 이런저런 문헌학적 답변을 찾아나서기 이전에, 나는 디지털의 엄밀함을 완화시킨 형태의 동기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디지털 시스템 내부라면 어떤 식으로든 양자화된 정보를 이용해 달성될 동기화 과정에 비디지털적인, 그러니까 양자화되기 까다로운 형태의 정보를 하나 삽입하면 어떨까 하는 다소 랜덤한 아이디어에 이르렀다.


나는 국악 연주자들이 어떻게 서구음악이 연주자 간 동기화를 위해 발명해낸 다양한 음악적, 혹은 메타적 장치들 없이 하나의 선율과 리듬에 맞춰 연주를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막연한 물음을 갖고 있었다. 수 년 간 국악 연주자로 훈련 받은 경험이 있는 바, 나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감각적으로 그리고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말로 풀어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니였던 것 같다. 기억하건대, 내게 국악을 가르치던 선생들 중 어느 누구도 이를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이는 없었다. 다만 몸을 따라 움직여 흉내내며 근육과 감각을 길들이는 방법으로만 그것은 전수되었고, 그렇게 해서만 그 감각적 동기화는 내 안에서 가능했다.

연주자 사이의 동기화, 국악에서는 이를 '호흡을 맞춘다'고 말한다. 이 호흡이란, 실제 내가 몸과 폐를 이용해 숨을 들이쉬고 내어쉬는 생리활동이다. 숨을 들이쉴 때 몸이 올라가며, 내어쉴 때 몸이 내려간다. 국악의 호흡은 여럿의 연주자들이 몸의 오르내림을 통해 서로 간의 박자를 맞추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호흡이 서로 간의 박자를 맞추기 위한 목적에서만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홀로 연주하는 설장고의 경우에도, 치배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호흡을 유지하며 연주한다. 그러니까, 호흡은 연주자의 몸과 악기의 소리를 조율하는 행위인 것이다. 연주자가 여럿일 때, 이 조율은 신체의 차원을 넘어 확장된다.

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서 참고한 또 다른 탈중심화된 동기화의 예는 반딧불이다. 반딧불이의 동기화는 크게 두 가지 경우에 있어서 관찰되는 듯 하다. 하나는 무리지어 움직이는 반딧불이들의 움직임에 관한 동기화이며, 다른 하나는 반딧불이들이 짝짓기를 위해 발광할 때 나타나는 그 발광 패턴의 동기화다. 조사 결과, 전자가 후자에 비해 더 오랫동안 수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나의 관심은 후자에 있었다. 반딧불이들 중 특정 종들은 가까이 인접한 반딧불이들이 발광하며 내는 광원에 반응하여 자신의 발광 패턴 주기를 조정한다. 이하는 내가 이해한 반딧불이의 동기화 과정을 거칠게 알고리즘화 한 것이다.

for(auto& single : all_fireflies){
    single.GenerateBiochemicals();
    if(single.NeighborBlinked())
        single.FastForwardGeneration();
    if(single.GenerationDone())
        single.Blink();
    if(SuccessfulMating()) break;
}



이하의 영상은 이 반딧불이들의 동기화된 발광 현상을 내가 컴퓨터 그래픽으로 시뮬레이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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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결과물의 전체적인 형태는 한국의 국악기 중 하나인 '축'에서 가져왔다. 축은 종묘제례악과 같은 정악에서만 사용하던, 중국에서 수입된 악기이다. 수 백 년 전부터 사용되던 악기인데, 사실상 우리가 이것을 '악기'로 구분하고 이것이 사용되었던 상황과 맥락을 '음악'이라고 "현재의 시대적 맥락에 맞는 정의"를 하고는 있지만, 당시의 문화적 맥락을 감안하여 본다면, 음악보다는 오행과 정치적 고려를 포함한 다소간 형이상학적인 면모가 강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역사와 맥락을 차치하고, 나는 이것의 직선적이고 원형적인 외형과 연주방법의 원시성이 좋아 그 모양과 형태를 전용하였다.

Decentralized Synchronization (Active) | ChoiHaram